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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ory/뜨거운안녕

뜨거운 안녕 - 11/28

나, 너, J, H가 같이 밥을 먹었다. 다들 도시락을 싸왔는데 메뉴는 네명 모두 똑같았다.
다만 J의 도시락만 반찬이 세줄로 가지런하게 정리되어 있고 양이 더 많았을 뿐이었다.
너는 장난반으로 J의 도시락만 다름을 놀려대었고 그 도시락은 탁자 밑으로 들어가 식사가 끝날때까지 나오지 않았다.
분위기를 띄우려고 서로간의 몇 마디 말이 오고갔지만 잘되지는 않았다.
H는 이런 자리가 어색한지 금방 담배를 피워물고는 밖으로 나갔다.
그리곤 그 담배 한 개피의 불을 꺼뜨렸는지 다시 들어오지 않았다.
J역시 분위기가 아니었는지 음료수 한잔 마시겠다며 아래층으로 내려갔다.
좁은 방 탁자위 펼쳐져 있던 도시락을 가운데 두고 너와 나는 멋쩍이 앉아 있었다.
말없이 밥을 먹으며 뭔가 말을 꺼내보고 싶었지만 잘 되지 않았다.
도시락은 점점 줄어 바닥이 보이려 했지만 아무말도 하지 못했다.
결국 나도 잠깐 음료수를 마시러 갔다온다 하고는 아래층으로 내려갔다.
자판기 앞에서 음료수를 마시던 J가 나를 보고 물었다. 좋으냐고.
나는 어쩔수 없다는 듯 대답했다. 좋다고.
한심하다는 듯 J는 몇마디 더 하려했으나 이내 관두었다. 그저 잘 모르겠다는 말만했다.
다시 올라갔을 때 너는 도시락들을 정리하고 있었다.
아직 나는 다 먹지 않았다고, 조금 남아있었다고 했지만 너는 끝인줄 알았다고, 미안하다고, 하지만 다음에라고 했다.
다시 마주 앉아서 한참의 시간을 말없이 보냈다.
그때 나는 멀리 떠나가 있었지만 너는 그걸 모르는 듯도, 아는데 모르는척 하는 듯도 했다.
아니면 아예 관심이 없는 듯도 했다.
머뭇거리는 시간을 자르고 너는 말을 꺼냈다. 자기는 어딘가 잠시 갈거라고. 오래는 아니지만 언제 오는지는 모른다고.
나는 그냥 그러냐고 했다. 잘 갔다오라는 말도 하지 못했다.
너는 돌아오는 길에 어딘가에 들르는데, 그곳에는 뭐든지 만들 수 있는 사람이 있다고 했다.
나에게 선물로 그사람이 만들어 주는걸 주겠다고.
자신도 왜 이러는지는 잘 모르지만 아무튼 갖고 싶은걸 말해보라고 했다.
나는 역시 아무말도 하지 못했다.
무엇이든 만들수 있다고 확신하며 말하는 너가 조금 슬프고 밉게 보였다.
갖고 싶은게 없냐고 묻는 너에게 나는 살짝 웃기만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