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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ory/뜨거운안녕

뜨거운 안녕 - 11/25

낙타 축제가 끝나서 그나마 사람들이 좀 줄어들었다. 물론 아직 다 빠져나가지는 못한듯
군데군데 북적거리기는 하지만 이정도면 양호한 수준이니 봐줄만하다.
축제도 끝났고 숙소를 옮기기 위해 한참을 돌아다녔지만 전망이 좋으면 가격이 비싸고, 값이 싸면 시설꽝에 공사장 느낌이고..
100퍼센트 마은에 드는 곳을 찾지 못해 그냥 적당한데 자리 잡았다. 자리 잡고 보니 이정도면 그래도 괜찮은 듯.
가운데 딸린 정원에 있는 티벳식당 분위기도 좋다.
촛불켜진 테이블에 앉아서 MILK COFFEE한잔 시켜놓고 옴마니 밧메훔 소리를 들으며 글을 쓰는 중.



혼자 푸쉬카르 가트를 어슬렁 거리는데 누군가가 오란다.
사두들 틈에 끼여 있는 어떤 남자.
슬겅슬겅 다가가서 옆에 털썩 주저 앉았다. 나를 보고 반갑단다.
어느나라에서 왔냐고 물어보니 그건 중요하지 않단다.
푸쉬카르가 마음에 드냐고 묻길래 낙타 축제 기간에는 사람이 너무 많아서 잘 모르겠고
한적한 푸쉬카르를 느껴보고 싶다고 했다.
내 말을 듣더니 자기는 여기가 좋단다.
이곳에서 자냐고 했더니 이가트 저가트 돌아다니며 잔다고 했다.
옆에 꽤 오래 같이 앉아 있었지만 그 외 특별한 말은 하지 않았다.
그냥 가끔씩 눈이 마주치면 웃을 뿐 이었다.
그냥 그렇게만 있었는데도 왠지 굉장히 친근하게 느껴졌다.
그 남자 주머니에서 조그만 과일을 하나 꺼내서 반으로 갈라 나에게 주었다.
뭐냐고 물으니 APPLE이란다.
크기는 자두만하고 굉장히 설익어 보였고 그 주머니 속에서 얼마나 뒹굴었는지
알 수도 없었지만 한입, 두입, 베어 물었다.
어떤이와 친구가 되고 싶은데 무슨말을 해야 할지도 모르겠고 어떻게 해야 할지도 모를 땐.
그냥 자기가 가진것을 똑같이 나누어서 반은 자기가 반은 어떤이에게 주면 된다는 말이 생각났다.
푸쉬카르 사두들 틈에서.

한 사두를 보았다. 대개 그렇듯 걸인에 가까워 보였고, 류시화의 글에서 등장하는
내뱉는 한마디 한마디 말마다 촌철산인의 경지인 그런 명철한 사두와는 거리가 있어 보였다.
걸치고 있는 누더기 한벌과 대조적으로 손에는 전자 손목시계를
(물론 TIMAX짝퉁 TYMAX정도로 보였으나 어쨌든 놀랍긴 했다.)
머리에는 썬글라스까지 하나 척 걸치고 있었다.
신기한 듯 바라보자 썬글라스를 끼면서 씩 웃어보였다.
그리곤 담배하나를 피워물고 나에게 하나를 권했다.
I CAN'T SMOKING 이라니 또 웃는다.
좀 있으니 거의 나팔크기만한 말린 종이를 꺼내 들었다.
한쪽 끝을 손에 가득 움켜쥐고 반대쪽 끝에 불을 붙이더닌 연기를 들이마시기 시작했다.
안에 뭐가 들었는지는 모르겠으나 기차 화통같이 연기가 났고,
콜록콜록 거리며 마구 기침을 하면서도 들이 마셨다.
그리고 나에게 역시 권했다.
I CAN'T SMOKING이라고 역시 거절할 수 밖에 없었다.
담배도 못 피는데 저 화통을 피라니.
그 사두는 낄낄 웃으며 재를 내 이마에 발라주곤 GOD POWER라고 했다.
그리고 자리를 떴다.
그 사두는 한쪽 팔이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