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story/시속5km - 우리가 걷는 속도

시속 5KM - 우리가 걷는 속도 (3)

아. 덥다. 정말 덥다. 아침 시작부터 너무 덥다. 오늘 원래는 보령을 탈출하는 것이 목표 였으나 보령이 어찌나 넓은지 가도가도 표지판은 계속 보령이였다. 충청도의 안동을 보는듯한 기분이다. 허파 뒤집어 지겠네.






-보령에서-




-보령으로 향하던 길에 만난 충혼탑-


-힘든 한규 설정샷-


-보령의 길은 왜 죄다 4차선 직진 길인지..-

아침은 간단하게 빵, 우유로 때우고 걷고 걸어서 오후에 보령 시가지에 도착했다. 부실하게 먹은 아침에 기운은 이미 빠질대로 빠졌고 길가에 주저 앉은채 점심을 어떻게 할지 고민했다. 너무 기운을 뺀 뒤라 기왕이면 뭔가 맛있는걸 배불리 먹고 싶었다. 처음 우리 눈에 들어온 것은 7,000원짜리 고기 뷔페. 고기 뷔페에 눈이 튀어나오려 했으나 7,000이라는 가격에 쑥 들어 갔다. 우리의 여행경비를 생각해 봤을때 한끼에 7,000원이라. 너무 비쌌다. 그래도 차마 쉽게 발을 떼지 못하고 그 앞에서 저녁을 싸게 먹는걸로 하고 일단 지르자. 아니다 그래도 이건 너무 비싸다 등의 의견을 주고 받다가 타협안이 나왔다. 주위에 식당을 조금 더 둘러보고 마땅한게 없으면 비싸더라도 여기서 먹자! 그리고 정찰병으로는 내가 선정되었다. 아까 길을 걸어 오다가 뭔가 뷔페라는 글자를 본 듯한 기억이 있어서 그쪽으로 가보았더니 정말 있었다. 고기 뷔페! 그것도 가격은 5,000원!! 와우. 더 고민할 것도 없이 장호,한규 모두 불렀다. 이장호가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칭찬해주었다. 여행내내 니가 유일하게 한 멋진 일이라고. 비록 달콤한 감주의 유혹을 이기지 못하고 계속 마시는 바람에 애초 목표치 만큼 먹지는 못했지만 셋다 정말 배부르게 잘 먹었다. 식당을 나오면서 시계를 보니 한시간 반이 흘러가 있었다. 프랑스 정식 코스를 먹을 시간내도록 고기를 먹었다니 우리가 어지간히 배고프긴 했나 보다.


-이장호를 감동시킨 고기뷔페-








-보령시가지를 떠나 다음 마을로 향하던 중에-

고기 힘으로 오후 내도록 걸어 다음 마을에 도착. 다시 잘곳을 구하기 시작했다. 어제 여관에서 잤기 때문에 오늘은 공짜로 얻어 자야 했다. 마을 규모가 좀 커서 구하기 힘들 것 같았으나 의외로 손쉽게 노인회장님께서 마을회관을 빌려 주시는 듯 했다. 하지만 바람처럼 등장하신 동네 이장님이 너희들 뭐하는 사람들이냐고 일단 회관 빌려주는 건 나중이고 신상 명세부터 다 적으라고 해서 민증번호와 핸드폰 번호를 적어가셨다. 나중에 노인회장님이 오셔서 아무한테나 마을회관 사용하게 해 줬다고 이장님한테 한소리 들었다고 하셨다. 물론 우리가 어디서나 환대를 받을거라 기대 한건 아니었다. 공부는 안하고 대학생들이 쓸데 없이 우-몰려다닌다고 탐탁치 않게 보는 사람들이 있을거라고 생각했고, 후기에서도 그런 글들 많이 읽었다. 하지만 조금 기분이 씁쓸한건 사실이었고, 노인회장님께도 죄송했다. 그래도 우리중에 범죄형 얼굴이 없는게 다행이라 생각하며 잠을 청했다. 아니었으면 얻어 자는건 생각도 못했을 테니. 내일은 일찍 일어나서 나가야 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