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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ory/시속5km - 우리가 걷는 속도

시속 5KM - 우리가 걷는 속도(2)

오늘부터 본격적인 도보 행군이 시작되었다. 전날 우리를 재워주셨던 노인회장님께서 그냥 보내면 길가다 아무거나 사먹을텐데 차마 그럴수 없다며 아침까지 배불리 먹여 주셨다. 물론 약간의 정신교육이 다시금 추가되긴 했지만. 정말 감사하다는 말을 남기고 보령으로 출발했다. 시작은 좋았다 날도 그렇게 덥지는 않았고, 시골을 지나 굽이지는 국도는 걷기에 꽤 좋았다. 중간중간에 사진도 찍고, 다른 여행자들을 만나 인사도 한번씩 건네며 분위기 좋게 갔다.




-중간에 만난 철길에서-












-꽃이 있던 길에서-

하지만 낮이 되고 본격적으로 햇살이 내리쬐기 시작하자 사정은 완전 달라 졌다. 더울거라고 생각은 하긴 했지만 이정도일 줄이야.


-본격적으로 햇볕이 내리쬐기 시작하자 정말 더웠다.
이때 어제쓴 수건 말린다고 모자에 빨래 집게로 수건 집고 가다가
어디론가 날려가는 바람에 찾느라고 한참 해맸다. 결국 수건은 찾지도 못하고
이장호의 갈굼은 때를 놓치지 않고 파고 들어왔다.-

12시 근처가 되자 도저히 더 걸을수가 없어서 볶음밥으로 점심을 해결하고 근처 건물 그늘 밑에 돗자리 깔고 드러누워 버렸다. 누워서 땀도 식히고 잠도 조금씩 자고 있는데 건물에서 일하시는 분인듯한 여자분이 우리를 힐끔힐끔 거리면서 지나가셨다. 하긴 눈치 줄만도 하지. 몰골송연한 남정네 셋이 건물앞에 신발 양말 다 벗어 던지고 드러누워 있는데. 하지만 우리도 살고 싶었기에 애써 무시하며 그냥 못본척 계속 누워 있었다. 잠시 후 아까 그분이 다시 우리 쪽으로 다가 오는 것이 감지 되었다. ‘아. 우리보고 나가라고 할거 같은데. 이 더운데 나가면 당장 다른 그늘도 안보이는데 어디로 간단 말인가. 그냥 무시하고 뻗대야 하나? 그래도 엄연히 민폐긴 한데 어떡하지?’ 갖은 생각이 머릿속을 촤자착 스치고 지나가는 그 순간 그분이 오셔서 하는 생수 한통을 내밀며 하는 말. “더우실텐데 이거 얼음물이에요. 더 필요하시면 말씀하세요.” 나의 속좁음에 대한 반성과 함께 감동이 저절로 넘실넘실 몰려 왔다.




-너무 더워서 자리 깔고 누워 쉬는 중-

따뜻한 말 한마디와 얼음물에 힘을 팍팍 얻어 재충전 하고 다시 걷기 시작. 중간에 물 뜨러 간 주유소에서 커피도 한잔 얻어 마시고, 소방서에서는 복분자음료수! 까지 얻었다. 정말 우리 나라 인심은 아직 살아 있었다. 이런 것들이 없었다면 확장공사하면서 직선화 되어서 보기에도 지루할 정도의 광활한 직선길과 가로수 하나 없는 땡볕에 노출되어 가다가 쓰러졌을지도 몰랐다.


-이 길을 내도록 걸어야 한다니..-




-흉악범 베이비 버전의 리장호-


-보령에 드디어 도착-

겨우 보령시 웅천읍까지 도착해서 잘곳을 알아 보았으나. 확실히 읍내정도만 되어도 분위기가 많이 달랐다. 전날 서천군에서 받은 환대까지를 기대한 것은 아니었으나 마을회관은 찾아 볼수가 없었고, 교회에서는 목사님을 만나지를 못해 부탁한번 해보지 못했다. 찜질방마저 없어서 어쩔수 없이 여관으로 발걸음을 돌렸더니 세명에 삼만원이란다. 맙소사. 도보여행중이라고, 잠만 조용히 자고 가겠다고, 방 작아도 상관없다고 사정을 해서 이만오천원에 들어갈 수 있었다. 하루에 사만오천원 쓰는걸로 계산을 했는데 오늘 쓴돈은 물경 육만원에 육박했다. 정말 아끼고 아껴야 먹고 살 수 있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