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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ory/봄의 멜로디

봄의 멜로디 - 4월 2일



- 팔미라 일출보러 가는 길.

팔미라의 일출은 좋긴 했지만 개한테 물어 뜯길뻔 했다.
어제는 선셋보고 혼자 감상에 젖어 광대한 유적을 돌아다니다가 길을 잃어
게임에만 나오던 유적지의 망령이 될뻔 했는데 오늘은 사나운 개 세마리의 협공이라니.
내가 조금만 더 다가갔으면 분명히 그놈들은 나를 공격했을 것이다.
팔미라가 나를 안 좋아하는 것인가.



- 시작되는 팔미라의 일출.





- 팔미라의 상징인 거대 열주. 기둥들이 노랗게 빛나느건 내가 포샵을 써서가 아니라
햇빛을 받으면 노란색으로 빛이나는 이집트 아스완지역의 돌을 가져다 썼기 때문이다.




- 내가 본 유적중 가장 광대했던 곳.




- 바알 신전.

다마스커스의 유명한 게스트 하우스중의 하나인 알- 라비 호텔로 왔다.
세계각국의 배낭 여행자가 다 모여드는지 일반 도미토리도 자리가 없고 오직 옥상 도미토리만 있다고 했다.
올라가본 옥상에는 외로이 선풍기 한대가 돌아가고 있었고 십여개가 넘는 침대가 다닥다닥 붙어 있었다.
정말 누군가의 표현대로 난민 수용소 같은 느낌이다.
(이곳마저도 내가 도착한지 얼마 되지 않아 가득 차 버렸다.)
곳곳에 주렁주렁 달린 빨래와 여기저기 널부러진 사람들을 보며 혹자는 여기서
배낭여행의 낭만을 느낄 수 있다고 했지만 나에게 이곳은 영어 리스닝 테스트장에 지나지 않는다.
한국에서 이렇게 리스닝을 열심히 했으면 토플 완전 잘 했을 텐데.


- 다마스커스. 시타델.

볼때마다 느끼는 거지만 서양애들은 내키만한 배낭을 메고 다닌다.
족히 60리터는 되어 보이는데 뭘 저렇게 바리바리 싸들고 다니는지.


- 다마스커스. 이발소에서.

어릴적 우리집 앞에는 호성이발관이라는 이발관이 있었다. 어릴때야 스타일에 별로 신경을 쓰지 않으니
그냥 가까운데가 최고라 아무 생각없이 가곤 했는데 그곳 아저씨의 헤어스타일 메이킹은 간단했다.
호섭이 머리. 호성, 호섭 이름이 비슷해서 그런지 몰라도 머리만 깍았다하면 호섭이 머리였다.
게다가 머리는 어찌나 박박 감겨주시는지 감는다기 보다는 빤다는 표현이 더 정확했다.
그럼에도 그곳에 가는 유일한 낙은 내 차례를 기다리는 동안 만화책을 볼 수 있다는 점이었다.
이상하게 호섭이 스타일 양성소임에도 그곳엔 사람들이 꽤나 있었고, 가끔씩 대기자가
없어 머리를 바로 깍을 수 있는 날에는 일말의 섭섭함도 느꼈다.
나이가 들어 남자들도 미용실에 가는것이 일반화 되면서 더이상 그곳에 가지않게 되었지만
오늘 다마스커스에서 머리를 깍다보니 문득 그 이발소 생각이난다.
그 아저씨도 이 할아버지처럼 되셨을까. 말은 잘 통하지 않지만
눈짓 손짓만으로 깍아도 호섭이 스타일을 만드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