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관에서 잘 때 빨래 마르는데 조금이라도 도움이 더 될까 하는 마음에 선풍기를 틀어놓고 잤었다. 새벽에 선풍기 때문에 추워서 깼는데 내 몸보다
빨래가 더 중요하다는 생각에 참고 끄지 않았다. 당연히 다음날 일어났을때 머리가 깨질 것 같았다. 그리고 밖에는 비가 내리고 있었다. 내 몸
버리면서까지 빨래는 왜 말린 것일까.
저번 비는 맛보기였고 오늘 제대로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일회용 우의 다시 장착. 이장호 갈굼도 다시
장착. 비가 너무 많이 와서 우의 2개를 앞,뒤로 껴 입고 모자까지 썼더니 이장호가 나 때리겠단다.
-장호에게 구타유발을
일으킨 우의-
신변의 위험을 느끼며 출발했다. 진천에서 김치찌개로 아점을 먹었다. 진천 마지막 이미지 반전을 위해 복병을 투입.
식당 아주머니 밥 조금주는 척하다가 마지막에 반찬까지 얹어 주는 반전 물량공세를 펼쳤다. 하지만 아직 모자라. 그리고 많이 먹은건 좋았는데
양념이 너무 많이 되어서인지 속이 안좋았다. 머리도 아프고 속도 안좋고. 신발도 비 때문에 샌들을 신었더니 물집이 바로바로 밟혀서 너무 아팠다.
밴드 붙여도 비에 다 떨어져 나가고. 힘들게 이상설 생가에 도착. 비가 너무 많이 오는 관계로 사당에서 비를 피하며 재정비를 했다. 죄송하긴
했지만 이상설 선생님께서도 이해해 주실거라 믿는다.
-생가 가던
길-
-사당-
-전열을
재정비-
점심도 생략한채 다시 출발. 나 뿐만이 아니라 모두 컨디션이 안 좋아 보였다. 특히 지금까지 별 문제 없이 행군을 하던
이한규도 이대목에서 발목이 잡혔다. 알고보니 이한규의 약점은 물. 내리는 비에 한번 당하고 여행 말미에 마시는 물에 또한번 급격하게 무너지는
모습을 보였다. 시간은 벌써 오후 5시경. 슈퍼에서 새우깡과 우유를 마시며 저녁을 때우고 회의를 했다. 증평까지 남은거리는 15KM. 다들
상태도 안좋고 시간도 늦은상태. 그렇다고 여기서 주저앉기에는 쉴곳도 잘곳도 마땅찮았고 증평까지 마을이 하나도 없는 관계로 출발하면 무조건 끝까지
가야했다. 무리를 해서 모를 노리느냐 안전하게 도로 가느냐. 우리의 선택을 결정지은 것은 찜질방. 좋다. 가자. 욕심난다. 오늘 빡세게 가고
찜질방에서 푹 쉬지머. 괜찮나. 장난하나. 이정도는 가뿐하다. 대화가 오간후 바로 광란의 15KM를 질주했다. 다리에 경련이 오면 파스를
뿌려가면서. 우리여행 최고의 행군이였다.
드디어 도착한 증평. 용우동에서 돈까스로 저녁을 먹었는데 여기에서도 밥 많이 주세요를 엄청나게
강조했다. 일반 식당도 아닌 이곳에서. 아마 용우동에서 밥 그렇게 많이 먹은 사람은 우리가 처음일 것이다. 돈까스를 먹을때도 밥에 맞춰 철저히
계산. 처음나온 밥이 다 떨어졌을때 세명모두 정확하게 돈까스는 절반밖에 안 떨어져 있었다. 바로 밥 리필하고 모든 대화 일절생략하고 밥에 집중.
이런 우리가 너무 안쓰러우셨던지 아주머니께서 무려 2500원짜리 김치김밥을 한줄 공짜로 주셨다. 와우. 처음에 아르바이트생이 잘못 준줄 알았다.
이거 주문한적 없는데요. 그때 주방에서 우리를 보며 고개를 그떡이시던 강부자를 닮으신 주인아주머니의 훈훈한 눈길. 정말 잊혀지지 않는다. 이제
장우동은 없다. 대세는 용우동.
story/시속5km - 우리가 걷는 속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