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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ory/시속5km - 우리가 걷는 속도

시속 5KM - 우리가 걷는 속도(7)

아산에서 천안으로 이동했다. 중간에 길 한번 잃어 버리고 좀 헤매기도 했으나 천안 삼거리 앞 식당에서 막대한 양의 밥을 먹고 강력 원기 회복. 지금 생각해도 이 식당이 밥으로는 최고 였다. 들어가서부터 밥 많이 주세요를 너무 강조한 탓일까. 밥그릇이 아닌 냉면 사발에 밥을 주다니. 더욱 놀라운 건 밥을 냉면 국물 마시듯 후루룩 마셔버린 우리들. 아마 식당 주인도 속으로 흠칫 놀랐을거다. 설마 저걸 다 먹을 줄이야. 천안 삼거리에 단체 관광 오신 아저씨들이 우리 주제를 보더니 민족 문화 연구소에서 나왔냐고 물어 보셨다. 설마요. 만약 민족 문화 연구소에서 하는일이 이거라면 그곳은 베스트 오브 신의직장란에 이름이 올라갔을텐데.








-천안 가던 길-






-천안 삼거리 공원-

삼거리 공원에서 좀 쉬고 오늘의 목적지인 독립 기념관으로 출발했다. 이 길이 어찌나 힘들었던지 이장호는 이때부터 정신을 놓아 버렸다. 정신을 놓은 이장호의 행동. 내 성대모사를 한다고 하더니 엄아까까까까. 아까까까까까. 안까까까까까 이런 이상한 소리를 계속 낸다. 좀 있으면 갑자기 캐팍세요를 혼자 외치고는 허리를 꺽고 허파 바람들어간 소리를 낸다. 조금 더 있으면 캐껌이라고 말하고는 아주 웃겨 죽을려고 한다. 그 후에는 가만 있어도 혼자 웃다가 숨차 힘들어 하다가 갑자기 표정 돌변해서 웃기지 말라고 하고는 또 혼자 웃는다.

옆에서 이런 행동을 하고 있으니 힘들어도 어쩔수 없이 계속 걸을수 밖에. 드디어 독립 기념관 근처에까지 오긴 왔으나 도로에서 들어가는 길만 1KM를 넘고 그 길끝에 펼쳐진 독립기념관은 우리 입을 쩍 벌어지게 했다. 사진으로는 항상 정면에 있는 집만 봐와서 그게 끝인줄 알았는데 공원만한 어마어마한 크기에 실내 전시실만 7군데. 최소 관람시간 2시간. 주변에 있는 조각들과 야외 전시까지 보려면 반나절은 족히 걸려야 했다. 30분이면 다 볼수 있을거란 생각에 힘들어도 독립기념관은 다 보고 쉬려 했으나 이건 아니었다. 하지만 문제는 6시면 문 닫는 독립기념관. 지금시간은 4시. 실내전시실만 보는데도 빠듯했기 때문에 도저히 쉴 시간이 없었다. 전시실은 정말 잘 만들었다는 생각이 들었으나 시간이 워낙 없는 관계로 휙휙 넘겨다 보고 패스패스패스. 나중에 시간내서 제대로 한번 와야겠다. 중간에 카메라 배터리도 다 되는 바람에 사진도 몇장 못 찍고 관람시간이 종료되어서 나와야 했다.


-독립 기념관 들어가는 길 너무 길다-


-기념관 앞 태극기 공원에서-


-너무나도 큰 독립 기념관 저 건물이 끝인줄로만 알았다-




-기념관 내에서-


-불굴의 한국인 상-

독립 기념관에서 겪은 일화 하나. 앞에서 사진을 찍고 있는데 홍콩에서 오신 어떤 외국분이 와서 나에게 영어로 한국사람이냐고 물어왔음. 예스. 문제가 있다고 도와달라고 함. 예스. 항공권이 어쩌고 저쩌고 비행기시간이 이러쿵 저러쿵 암암암암암. 리스닝은 대충 됐으나 토킹이 안되는 관계로 이장호에게 헬프 요청. 이장호 나름 외국여행도 갔다왔겠다 자신 만만하게 몇마디 했음. 그뒤 어디에서 왔느냐 뭐하고 있는 중이냐 등등 간단한 이야기 주고 받음.(웃긴건 대답은 대부분 이장호가 했으나 외국인은 계속 나만 보고 이야기 했음. 이장호 얼굴이 너무 험악했기 때문이라고 잠정 추정.) 기념관에 일본인이 한국 독립군을 총살하는 장면이 있었는데 외국인이 저게 무슨 장면이냐고 물어봄. 암. 이장호 침묵. 나는 아까부터 침묵. 한규는 딴청. 나도 나름대로 영어공부 한답시고 회화 학원도 다니고 있었는데 정말 민망했음. 외국인에게 한국의 저 아픈 역사하나 제대로 설명 못해주다니. 영어공부의 필요성을 절실히 느낀 순간.
독립기념관에서 나온 후 이동녕 선생 생가를 찾아 갔다. 지도상에는 정말 바로 옆이였으나 걸어가려니 이거리도 쉽지많은 않았다. 그리고 찾아간 생가는 정말 황량했다. 그래도 임시정부 국무총리까지 지내신 분인데 먼지만 수북하니 우릴 반기다니.


-관리가 너무 안되는 이동녕 선생 생가-

아쉬운 마음을 뒤로하고 잘 곳을 구하기 시작했다. 처음 동1리 마을에 갔으나 지금 회관이 사용중이라고 서1리로 가보라고 했다. 힘든 발을 이끌고 간 서1리마을에서 이장님을 찾아갔더니 식사하러 차타고 어디가셨고 대신 서2리마을 이장님이 계셨다. 우리 이야기를 들으신 2리마을 이장님. 급흥분하시더니 무전여행자들은 당연히 마을회관에서 재워줘야 한다고 1리마을 이장님께 전화해서 이 여행자들을 안 재워 주는 것은 천하에 없을 일이라는 식으로 말씀하셨다. 그 덕분에 쉽게 잘 곳을 구할 수 있었고 그날밤은 정말 편안했다. 다시 한번 서2리마을 이장님께 감사 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