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여행 계획할 때 여행 중 최대의 고비가 되리라 예상한 곳이 문경세재이다. 해발 1000미터 산들이 즐비한
소백산맥 줄기에서 주흘산과 백화산 사이로 움푹 들어가 있는 곳. 조선시대부터 영남지방 선비들이 과거보러 가려면 반드시 넘어야 했던 곳. 이제
그곳을 넘어야 할 차례가 왔다. 괴산에서 오던길에 옥수수 한번 또 얻고(맹세하지만 이번에는 쳐다보지 않았다.)세재 직전 마을에서 점심을 먹으며
길을 물어 보았다. 문경세재를 넘어서 경북으로 가려고 하는데 어디로 가야 하나요. 도로 따라서 넘어가려면 이화령 고개를 넘어가야지 저기보이는
저길따라 가면 돼.(문경세재는 사람들이 지나다니는 길. 이화령은 차들이 지나다니는 길임.) 아주머니가 가리키시는 길을 보니 헉. 다른길은
없나요. 저길 산세도 좋은데 쉬엄쉬엄 경치 구경하면서 걷기 좋아. 산세 보다도 무조건 빠른길로 가려구요. 그럼 이길따라 가다가 터널로 들어가면
되겠네. 네 감사합니다. -소백산맥- 우리가 획득한 이 강력한 정보에 의하면 이화령 터널을 지나면 바로 문경이 나온다는 것. 근처 초등학교에서 전열을 정비하면서 회의를 했다. 터널로 지나가면 위험하지 않을까. 그래도 기왕 여기까지 왔는데 문경세재 정도는 넘어가 줘야 하지 않을까. 이화령 고갯길 넘어가다보면 왼편으로 문경세재 3관문이 바로 나온다는데 그길로 가는게 산세도 보고 좋지 않을까. 고개 들어 우리를 내려다보는 안개 자욱한 산을 한번 바라보고 고개 내려 물집 투성이의 울고 있는 발을 한번 바라보고 결정했다. 그냥 터널로 지나가자. 그래서 총 길이 1.7KM의 이화령 터널을 지나서 30분 만에 문경세재를 주파 경북으로 도착했다. -이발로 문경세재를 넘으려니 차마 발이 떨어지지 않았다- 생각보다 너무 쉽게 진입한 경북에 처음에는 실감이 나지 않았으나 사람들이 하는 말을 듣고 바로 확 와닿았다. 이게 충청도와 경상도의 차이구나. 약간 느긋하고 부드러운 말에서 갑작스레 급하고 강한말로 바뀌니 매일 듣던 말인데도 적응이 되지 않았다. 지나가는 분한테 길 물어 봤다가 귀청 나갈뻔 했다. 또 하나 느낀건 교회가 사라졌다는 것. 영남 유교의 전통이 남아 있어서 그런지 아무리 작은 마을이라도 기본 2~3개씩 있던 교회들이 자취를 감추어 버렸다. 산맥이 대단하긴 대단하구나. 그 대단한 산맥을 걸어서는 30분 차타고는 단 2분만에 주파가 가능한 오늘날도 대단하다. -드디어 경북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