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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ory/봄의 멜로디

봄의 멜로디 - 5월 20일


- 리다네 하우스. 한적한 오후. 왼쪽에 보이는 창고가 내가 자던 곳.

이곳 게스트 하우스 요금이 2.5달라 밖에 되지 않아 부담이 없으니 도무지 떠나야겠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다.
조급함도 없고 좀 피곤하면 그냥 자고, 없는 재료 사다가 이상한 한국음식 만들어 먹고, 
그러다보면 하루가 금방 지나간다. 이곳에 머무는 다른 사람들 역시 비슷한 생각인지
다들 특별히 어디 가거나 바쁘게 움직이지 않는다. 그 최고봉은 역시 다케시
(하지만 본명은 긴지였나 그랬다.)라는 일본인이였다. 그의 인생사는 한줄 요약이 어려운데,
어린시절 부모님없이 자라 15세때부터 학교를 그만두고 직장일을 시작했으며, 항상 새로운 사업을 구상하다가
이년전 여자친구에게 차인것을 계기로 ok!일본 life는 이제 끝!을 선언하고 우크라이나에서
일본음식점을 하기 위해 먼 길을 떠난 사나이다. 세계여행역시 꿈이였던 그는 우크라이나 까지
여행을 시작하고 중국과 동남아를 거쳐 인도로 온 것 까지는 좋았으나 그곳에서 4개월...
네팔로 넘어가서 또 4개월... 을 머물고 이러면 안되겠다 정신을 차리고 길을 떠나려 했으나
네팔 여행온 일본여자와 사랑에 빠져 함께 이집트로... 경로를 변경하고 
그 이후에는 아르메니아에 2달째 칩거하며 낮에는 영어와 러시아어를 공부하고
(하지만 열심히 하지는 않는 걸로 보인다. 취미에 가까운듯.)
밤에는 일본으로 돌아간 여자친구와 skype를 하며 2개월 내도록 감자튀김과 닭 가슴살 수프만 먹고 있는
(그게 만들기 쉽고, 싸고 영양분이 가득하다는 이유로) 굉장히 독특한 이력의 소유자이다.
예레반에 머물면서 밤마다 서로 잘 안되는 영어로 이야기하며 배를 잡고 웃느라
정신 없었는데 이제 헤어질때가 되니 아쉽다.
한국 음식을 좋아한다고 해서 야심차게 만들어준 닭도리탕의 대실패로 구겨진 이미지를 회복하지도 못했는데.

- 안녕. 아르메니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