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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여행

하동 벚꽃 여행 (1)

내 기억에 의하면 나는 어릴적에 진해 군항제를 갔었다.

어릴때였으니 단편적인 기억 뿐이지만 기차가 있는 철길위로 벚꽃이 흐드러지게 피어 있었고

해군 군악대가 빵빠레를 울리며 멋지게 행군을 하고 있었다.

온통 벚꽃인 멋진 세상.


그 이후로는 진해를 가본 적이 없었다. 사실 내가 그때 간게 맞는지도 정확히 기억이 나지 않는다.

분명 부모님과 갔을텐데 내 기억속에 부모님의 모습은 없었고,

어린시절 내가 벚꽃을 이렇게 오랫동안 기억할 정도로 강렬한 인상을 받았을까? 하는 생각도 있다.


어찌되었건 이번에는 그 기억을 다시 확인 하기로 했다.


- 진해에서 처음 마주친 벚꽃


- 이번 여행의 멤버도... ... .. 왜 이멤버는 바뀌질 않지?


진해 군항제의 교통체증과 악명은 익히 들었기에 금요일 새벽 3시반에 출발해서 빠르게 치고 빠지는게 계획이였건만...

거사 전날 양주한병을 까드신 경한과 원중이 때문에 자칫하면 일을 그르칠뻔했다.

... 다음부터는 우리집에서 절대 출발 안한다.

그리고 술도 절대 안 먹일거다.




- 경화역 기차


진해 벚꽃중에서 가장 유명한 경화역. 내 기억속에 남아있는 기차도 분명 이곳이였을터인데 뭔가 느낌이 다르다...

그때는 천천히 움직이는 기차가 벚꽃 사이를 지나고 있었는데 지금은 전시용 기차만이 우리를 맞이해 주었다. 

맞는것 같으면서도 아닌것 같은 그런 기분.

그리고 저 혼잡한 나라별 국기는..왜...




- 그래도 벚꽃에 대한 기억만은 맞았다. 그때도 지금도



- 칙칙한 발전소에서 발전소 패션을 하다가 따뜻한 남쪽오니 화사한 분위기에 적응 못하는 1인


- 그리고 정말 적응 못하는 중인 2인. 분명 인천에서는 저정도 외투 입어야 안 추웠었다. 


경화역이후 안민고개를 잠시 올랐다가 여좌천으로 갔다.

진해 벚꽃하면 가장 유명하다는 여좌천.

하지만 가장 큰 실망만 주었다. 일단 내 기억속에는 여좌천이 없었던걸로 봐서 최근에 유명해진듯하다.

(벚나무들도 수령이 상대적으로 어려보였음.)


- 일단 둑 위와 아래 화밸 자체가 완전 달라서 사진 찍기가 너무 어려웠다.


- 한결같은 자세를 고수중




그리고 사진에는 나오지 않았지만 저 나무 데크 양쪽은 온통 노점상이다.

아니 왜 벚나무 바로 옆에 노점상을 마련한건지 이해 할수 없었고,

파는 물품도 옥장판에 무슨 채썰기에 당최 벚꽃과 하등 어울릴수없는 것들에

한국 축제에 빠지지 않는 각종 꼬치 굽는 냄새가 진동을 해서 도저히 벚나무에 집중할 분위기가 아니였다.

제발 노점상은 출발지나 끝지점 한곳에 몰아서 그곳에서 배고프면 먹기도 하고 음료 한잔 하면서 쉬기도 하고 하고

벚꽃은 정말 벚꽃 그 자체로 즐길수 있게 해줬으면 한다.


어릴적 기억속 진해는 미묘하게 비슷하지만 뭔가 다른 기억만 남긴채 결국 도망치듯 하동으로 탈출했다.



- 상준이와 만난 하동 공원




하동에서는 오랜만에 상준이를 만났다. 상준이가 아침부터 직접 준비해온 샌드위치를 먹었는데 정말 기가 막혔다.

배고파서 먹는데 정신이 팔려서 사진 찍어 둔다는게 깜빡했... 


하동은 전부터 섬진강 섬진강 노래를 부르며 언젠가 한번은 꼭가야지 꼭가야지 했는데 이번에야 기회가 닿아서 오게 되었다.


- 모래사장이 있는 강을 본게 언제더라? 분명 어릴적에는 지금 안동집이 있는 앞쪽이 어가골이라 불렸고 이런 모래사장이 깔려 있었지만 지금은 직강화해서 모두 사라져버렸다.


하동은 정말 말이 필요없었다. 은빛이 반짝이는 섬진강은 그저 좋다고 밖에 말할수 없었다.


- 평사리 들판


- 19번 국도를 따라 나있는 벚꽃길. 예전에 이렇게 벚꽃을 심었다는 것 자체가 대단하다.



- 부부송







- 가도가도 끝없는 벚꽃. 정말 끝이 없다는 말밖에...





- 도저히 그냥 갈수 없어서 차세우고 마구 뛰어 내려가 찍은 사진들.










은빛 섬진강은 황금빛으로 서서히 바뀌고 연초록 나무와 분홍 벚꽃 그리고 모래와 바위들도 모두 같이 물들어갔다.




- 박태준 명예회장의 느낌을 담아 미래를 향한 웅대한 포부를.. .. 그만하자...


하동에 있는 숙소에 도착한 것으로 첫날의 여행은 끝났다.

원래 쌍계사 십리 벚꽃길 야경이 멋있다고 해서 야경사진도 찍으려 했지만

일단 야경이 켜지는 십리 벚꽃길을 잘못 알았고, 둘째는 알았어도 그곳을 차로 접근하는건 거의 불가능에 가까웠으며

셋째는 새벽 3시반에 일어나서 거의 10시간째 운전중이라 너무 피곤했다.

이유가 무려 세개나 있으니 오늘은 여기에서 쉬는걸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