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작은여행

왕릉과 고목. 산것과 죽은것의 동거

영화 경주에서 경주는 산것과 죽은것이 공존하는 곳이라고 나온다.

내 기억속에 경주는 수학여행의 장소나 벚꽃이 아름다운 곳이지 다른 철학적인 의미는 없었다.

그래도 언젠가 한번. 여행으로 다시 가보고 싶었다. 

사실 경주 여행의 제 1목표지점은 흔히가는 불국사나 왕릉 안압지 같은 곳이 아니라 그 근처 어디에 있다는 인도 카레 집이였다. 

가게 이름은 지금 생각이 잘 안난다. 경주에서 인도카레를 파는 집은 두곳일리가 없을것 같으니 네이버에 검색하면 바로 나올듯 하다.

이 집은 전체적인 분위기도 정말 인도의 그것과 닮아 있었고, (네이버 검색 결과에 의하면 그렇다)

카레나 짜이도 그때의 그것과 닮아 있었다. (물론 네이버 검색 결과다) 다만 가격만 한국화가 되어 있었는데 

둘의 기억을 되살리고 여행 시작의 분위기를 내는 가격으로는 꽤나 합당했다.

그래서 우리는 눈부신 햇살과 피어오르는 안개를 뚫고 경주의 인도카레 집으로 갔다.

그런데 우리가 한가지 잘못 생각한게 있었으니 이집은 운영도 인도... 스럽게 한다는 것이였다.

인도여행해보면 알겠지만 10시에 온다는 기차가 10시에 도착하면 사람들이 소스라치게 놀란다. 

10시에 기차가 와서다. 

이 가게도 그 운영철학을 그대로 닮았던것 같은데 가게 오픈이 일단 1시였다. 

11시도 아니고 1시라니. 어느 식당이 점심 시간이 지나서 문을 연다는 것인지 모르겠다.

그래서 1시가 되기까지 주위를 방황했다. 그래 우리는 순진했음이 틀림없다.

너무도 당연하게 1시에는 가게가 문을 열지 않았다.

그리고 또 너무도 당연하게 주인은 전화를 받지 않았으며 우리 역시 너무도 당연하게 주위를 더 맴돌았다.

그래서 영화 경주의 배경이 된 찻집에 가서 (비록 신민아는 없겠지만)

차를 마시려고 했다. 하지만 경주는 죽은것과 산것이 함께 있고 옛것위에 지금것이 자리를 잡은 곳이다.

역시 당연하게도 문 닫은 가게와 문을 연 가게가 함께 있었다. 

경주의 찻집은 문을 닫은 가게에 포함 되었을 뿐. 다른것은 없었다.

- 왕릉은 나무와 함께 자라났다.

카레집과 경주 찻집을 수차례 오가다 보며 고분군 사이를 수차례 지나 다녔다.

분명 전에도 지나갔을텐데 내 기억속에는 없었던 나무들이 고분과 함께 자라고 있었다.

기묘하면서도 신비하지만 무섭다기보다는 그 밑에 누워보고 싶은 풍경이였다.

- 내 기억속에는 없었지만 그곳에 수십년 있었다.

- 산림과학 연구소. 우리가 갔을때는 너무 많은 사람들이 있었다.

- 가을과 함께. 불국사.

인도 카레대신 점심을 먹고 산림과학 연구원을 거쳐 불국사로 향했다.

한창 가을이였던때처럼 불국사는 이름처럼 가을로 불타고 있었다.

- 내 기억보다 훨씬 크고 진중한 석가탑

- 화려하지만 의외로 단아한 다보탑

- 진평왕릉 가는길에

불국사를 나오니 해가 지려 하고 있었다.

해가 지기전에 진평왕릉을 향해 서둘러 갔다.

이번 여행에서 내가 가보고 싶었던 곳이 두군데 있었다.

해질녘의 진평왕릉과 어두운 밤의 대릉원.

진평왕릉은 넓은 들판속의 조그만 마을옆에 작게 자리 잡고 있었다.

주차장은 그래도 마련되어 있었으나 찾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그리고 왕릉과 고목들은 여기서도 함께 자라고 있었다.

다음에, 경주에 눈이 오면. 그때 왕릉과 함께 자라는 고목들을 다시 보러 오고 싶었다.

오늘처럼 해질녘에 반짝이는 순간과 함께 기대어.


해질녘의 진평왕릉을 뒤로하고 어두운 밤의 대릉원을 향했다.

대릉원에서는 사실 이곳에 오고 싶어서 왔지만 정말 한시간 반 정도를 위치를 몰라서 계속 돌고 돌며 지나치고 수많은 추리극을 나은끝에 이 한장을 남길수 있었다.

목련이 떨어지는 시간은 아니였지만 어두운 밤의 대릉원을 뒤로 한채 (원래는 사진을 더 찍고 싶었지만 돌고 돌다 너무 많은 시간이 흘러 버렸다.)

인도타임 극복을 위해 전화까지 해서 영업시간을 재차 확인하고 만반의 저녁방문 준비를 했지만 어쩌다 보니 우리가 인도화 해버린 인도 카레 집을 뒤로 한채

그렇게 경주 여행의 시간은 지나갔다.

- 경주 남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