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판으로 갈수록 여행기가 짧아지고 사진도 적어지는 이유. 걷는게 너무 힘들어서 주변 경치가 눈에 들어오지 않아서.
그리고 집이 가까워질수록 빨리 가고 싶다는 조급한 마음에 앞뒤 재지 않고 무한 질주를 반복해서. 이날도 그랬다. 문경읍에서 예천읍까지 하루만에
이동. 총 이동거리 약 43KM. 물론 막후 세력으로 예천 찜질방이 있었음. -출발에 앞서- 아침에 출발할때만 해도 소백산맥의 우렁한 줄기들과 문경 특유의 짙푸른 물. 까마득한 다리들을 지나고 있었는데 어느새 예천의 안온한 들판을 걷고 있는 중이다. 날도 무척 더웠고 길에 나무그늘 하나 없었으며 주위에 물놀이 하던 많은 사람들이 재네들은 뭐야. 하는 눈으로 쳐다보았지만 그저 걷고 또 걸었다. 우리의 목표는 하나. 오늘 예천읍 도착. 내일 안동시 도착. 더운 날씨에 머릿속은 텅 비고 다리만이 본능적으로 움직이고 있었지만 이게 도보여행의 매력이다. 아무 생각없이. 어떠한 제약도 없이. 시간에 쫓길 필요 없이. 다른 모든 도구도 없이. 걷는다라는 하나의 생각으로만 계속 나아가면 되는 것. 가끔 고개를 들고 주위를 둘러보면 어느새 바뀐 경치들이 다시 길을 내어 주는 것. -예천 가던 길- 여행시작날 금강 하구둑 넘을때 언제 문경세재 넘고 언제 안동가냐고 했는데 벌써 끝이 보인다. 정신 놓은 와중에도 여행 내도록 나 갈구고, 틈틈이 오바하느라 바빴던 장호. 그나마 얼굴이 가장 순하다는 이유로 얼굴마담 역할을 톡톡히 한 한규. 원래 도보여행 같이 가면 여행중에는 다툼도 많이 일어 난다고 한다. 힘들어서 못가겠다. 저기까지만 가자. 쉬었다 가자. 여기서 주저 앉으면 잘곳도 없다. 아 몰라. 버리고 가자. 니 알아서 해라. 우리도 이런 대화가 몇 번 나오지 않을까 생각했다. 하지만 우리는 욕심난다. 고고고. 찜질방. 헤에. 아까까까. 캐껌이지. 이런 대화들의 연속이었다. 웃기면서 감사한다. 니네들과 함께 여행 한 것에 대해서. |
story/시속5km - 우리가 걷는 속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