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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ory/봄의 멜로디

봄의 멜로디 - 4월 7일



- 드디어 나온 이란비자. 이거 하나 받으려고 쏟아부은 돈이 물경 15만원 ㅠㅠㅠㅠ


- 성녀 데끌라.

사실 나는 마룰라에 가벼운 마음으로 소풍을 갔었다. 동네 근처로 피크닉 가듯이 빵, 오렌지, 물, 과자
등등을 한보따리 싸들고 시리아에서의 마지막 날을 가볍고 즐거이 보내자. - 이것이 나의 계획이었으나
뜻하지 않게 마룰라 행 정류장에서 플루이다를 만나면서 모든것은 변했다.
(여기서 프프프 아니죠. 입술을 사짝 깨물고 으~~프~라고 해야 맞습니다.)
독일인인 그는 옥상 도미에서 3일간 같이 있었고 마르무사도 우연찮게 같이 다녀오면서 나름 꽤
친한 사이가 되어 있었다. 영어를 유창하게 구사하며 (난 영어 잘하는 사람에겐 본능적인 거부감이 있다.)
말을 할때 꽤나 공격적으로 보여(what? what?) 안그래도 사자머리와 긴 수염으로 형성된
광폭한 이미지를 더욱 극대화 하지만 며칠 같이 다녀본 바로는 나름 유머러스한 사람이었다.



- 원래 막혀있던 절벽이었으나 추격해 오는 로마군을 피해 이곳으로 온 데끌라가 하나님께 기도를 드리자
쩍~ 하고 갈라지며 길이 생겼다는 전설이 있는 곳. 데끌라는 기독교 최초의 성녀이다.

아무튼 아침에 작별인사하고 여기서 다시 만나니 뭔가 없어 보이긴 했으나 바가운 마음에 함께 했다.
교회와 성녀 데끌라으 전설이 있는 절벽을 둘러보고 마룰라의 평화로운 분위기에 좋아 하다가
절벽에 그려진 십자가가 보였고, 문득 어떻게 절벽에 새겼을지 궁금해졌다.



플루이다에게 저 반대편 절벽의 십자가가 신기하다고 하니 아마 반대편으로 가면 길이 있을거라고 대수롭지 않게 말했다.
산아래로 돌아내려가자 과연 건너편 절벽으로 넘어가는 작은 다리가 있었고, 철조망으로 막혀 있었을때
눈치를 챘어야 했는데 플루이다가 이끄는 대로 아무생각없이 선을 넘었다.


- 여길 통과하는게 아니었다.



그곳의 경치는 반지의 제왕에서나 나올듯한 장관 이었다.
더구나 아라곤 필나는 독일인이 같이 가고 있으니 전설의 반지를 찾아나서는 여정과
매치가 잘 되었고 거센 모래바람, 작열하는 태양까지 손에 들린 비닐봉지만 빼면 모든게 완벽했다.


- 내가 아라곤 갔다고 하니 좋다고 웃는 플루이다.

다만 내가 잊고 있었던것은 반지 원정대의 프로도는 개고생을 했다는 점이고 그걸 나 역시 겪어야한다는 것이다.
가벼운 마음의 소풍은 어디로가고 암벽등반을 하는 내 심정...
그만 가자고 말하고 싶지만 가오가 안 날것 같아서 말도 못하고...
드디어 도저히 정복할 수 없는 절벽이 나왔을때 나는 굉장히 아쉽다는 듯
"어쩔수 없군"이라 했지만 플루이다는 "그럼 다른 루트를 찾아가자"고 대답해 나를 실신직전으로 몰아 넣었다.
정말 진지하게 이놈이 나를 깊은 산속으로 끌고가서 실족사인것처럼 슬쩍 밀어버리고
(아무도 모르겠지) 돈을 가로채가려는게 아닌가 고민할때 드디어 정상에 도달했고, 그곳에서 내려다본 마룰라의 전경은






- 쫄은거 아니다. 바람이 거셌을 뿐.



아마 프로도도 반지를 거머 쥐었을때 이런 느낌이었을까?




- 500년 되었다는 하맘 입구. 등산후의 피로를 뜨끈하게 지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