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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ory/뜨거운안녕

뜨거운 안녕 - 12/7

디우를 떠나 아그라로 가기 위해 아메다바드로 다시 돌아왔다. 내가 싫어마지않던 그 도시.
빨리 뜨고 싶은 마음에 비싼값을 주고서라도 아그라행 버스를 예약하려 했는데
처음에는 8:30에 출발가능하다고 하더니 나중에는 없다고 1:30에 출발하는 버스가 있는데 자이뿌르에서 갈아타야한단다.
아.. 이 사기꾼들 정말. 어떻게 갈아타냐니 설명도 없고 언제오냐니 immediatly니 걱정하지 말란다.
명함한장 주변서 문제가 있으면 여기로 전화하면 된단다. 아..내일 오전에 아그라에 안착할수 있을지 심히 걱정된다.

아메다바드 빅 바자르(우리나라로 따지면 종합쇼핑몰정도 되겠다.)에 있는 도미노피자를 갔다.
지금까지 간 식당은 어쨌거나 인도식당인데 이곳은 다국적 피자체인점인 도미노가 아닌가.
large피자 한판 가격은 300루피정도(7~8000원)로 인도 물가를 감안하면(인도서민식당 한끼는 15루피정도)
상당한 고가인셈. 나름 기대가 컸다.
돼지고기나 해산물이 들어간 피자는 역시 없지만 치킨 피자는 나름 괜찮은 맛을 내어 주었다.
으음~~ 죽죽 늘어나는 그 치즈란~
고무줄마냥 탱탱 늘어나는 그 질감을 만끽하고 있는 그때 내눈에 띈 것은 바닥을 질주하는 쥐 한마리....
그래... 여긴 인도였지. 피자맛에 빠져 잊을뻔했다.

아그라로 가기위해 일단 자이뿌르행 버스를 탔다.
타서 내 TICKET을 보여주고 내 자리가 어디냐니 1번이란다.
1번자리에 가보니 짐이 있었다. 누구 짐인가 싶어 내 자리가 여긴데 짐이있다. 확인해 달라고 했더니
SLEEPER 1번이 아니라 SEAT 1번이란다. 맙소사. 난 분명히 SLEEPER를 샀는데.
(인도버스는 SLEEPER와 SEAT가 구분되어있다. SEAT는 그냥 좌석이고 SLEEPER는
침대좌석이여서 누워 잘수 있다. SLEEPER가 20~30퍼센트정도 더 비싸다.)
난 SLEEPER를 샀다. 확인해 봐라라고 했더니 누구를 불렀다. 버스의 보조기사 정도 되는가 보다.
다시 난 SLEEPER를 샀는데 왜 내자리가SEAT냐. 티켓을 확인해 봐라라고 했다.
이사람. 그냥 SEAT에 앉으란다. 그리고 힌디어로 계속 뭐라고 했는데
대충 어감상 니 티켓은 SEAT 1번이다. 봐라. 여기 1이있지 않느냐. 문제가 있으면
일단 출발하고 나중에 ERROR를 해결해주는 POLICE한테 말해라. 일단 1번 SEAT에 앉아라. 그런말이였다.
웃기지 마라. 난 출발 못한다. 전화걸어서 확인해봐라. 난 SLEEPER칸을 샀고 요금도 지불했다. 난 못간다.
라고 영어로 말했더니 또 힌디어로 막 머라고 한다.
아놔.정말. 힌디말 못알아 먹겠으니 영어로 말하라고. 난 이문제 해결되기 전엔 못간다라고 화를 내었다.
한참을 실갱이를 하다 그 보조 운전사가 따라오라더니 운전사한테가서 쏼라쏼라했다.
운전사한테 다시 내 티켓을 보여주며 봐라. 난 분명히 SLEEPER를 샀다라고 하니
이 운전사. 한번 쓱 보더니 SLEEPER 4번이 내 자리란다.
왜 SEAT에 1이라고 써있었는지는 모르겠지만 뒷장에 SLEEPER 4번이라고 정정해서
내 티켓에 써있었고 아까 그 보조는 그걸 몰랐던것.
어이가 없어서 화를 삭이며 내 자리로 가니 옆자리에 있던 한 인도 아이가 말했다.
저사람 영어를 몰라서 그런거에요. 화내지마세요. 라고.
좀 있으니 아까 그사람이 다시 와서 힌디어로 뭐라하고는 OK?라고 했다.
그래. OK다. OK.한 대여섯번을 말해주었다.
한글이 다르고 힌디어가 다르고 영어가 다른게 잘못이지.
너와내가 무슨 잘못이겠니.

버스가 고장나서 가다서다 가다서다를 반복하고 있다.
십분 가다가 고치고 십분 가다가 고치고...
고쳐서 갈 생각은 하는데 다른 버스를 부를 생각은 안한다.
그래 별수없지 머. 항희하는 사람 아무도 없이 다들 기다리고 있는데 나도 기다려야지.
이로써 아그라 아침도착. 타지마할 재빨리 구경. 오후에 오르차 도착 계획은 완전히 무산되었다.
역시 내맘대로 되는게 아무것도 없다.
출발한지 네시간이 지난 지금도 아메다바드 길위에서.

고장이 나도 밥먹을거 다 먹고 쉴거는 다 쉬는 버스에서 옆칸에 앉은 아이와 말을 트게 되었다.
동생, 엄마와 함께 자이뿌르에 사는 삼촌의 결혼파티에 가는 길이라고 했다.
이 가족. 나에게 과자도 주고 스윗도 주고 구아바도 주고 빵도 주고...
나도 뭔가 주고 싶어서 도미노에서 싸들고온 피자를 주려고 했더니 VEGITARIAN이란다.
내민 내 치킨피자가 무척 민망했다. 딴거 줄거 없나 싶어 뒤적이다가 볼펜 생각이 나서
나도 뭔가 주고 싶은데 가진게 이것 뿐이다. 이 볼펜이라도 받아주겠냐니 안된단다.
이미 받은걸로 할테니 여행중에 내가 쓰란다.
인도에서 코리아볼펜이 힘을 못쓰다니. 이런 경우도 처음이다.
아.. 나도 뭔가 주고 싶은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