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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ory/뜨거운안녕

뜨거운 안녕 - 12/5

디우 뮤지엄 지붕위에 일출을 보기 위해 올라왔다.
구름에 가려 해는 보지 못했지만 사정없이 불어오는 바닷바람이 어둠을 밀어내고
서서히 모습을 드러내는 작은섬의 모습은 나를 푹 빠지게한다.
아라비아해보다 더.


<디우 뮤지엄 옥상에서.>







버리거나. 싫다거나. 짜증나거나 한게 아니라 지금이 가장 좋을때라서 그런거다.
여행친구는 항상 좋은 기억만 서로 가져야 하니.


<게의 완벽한 위장. 모래밖에 없는것 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게가 한마리 숨어있다.>






<나를 데리고 다니며 마을구경시키느라 본업인 담요 장사도 잠시간 잊고 있었던 아저씨.>

인도에도 빙수가 있다.
처음에는 리어카에 온갖 색깔의 물이 들어있는 병을 싣고 다니길래 저게 뭔가 했는데 그게 빙수에 들어가는 색색 시럽들이었다.
빙수 한그릇 달라고 하면 쓱쓱 얼음을 간 다음에 그 위에 그 시럽을 취향따라 쓱쓱 뿌려준다.
우리돈으로 단돈 100원. 맛은... 인도에서 얼음 갈아 먹을수 있단 것에 만족하자.
참고로 저 얼음은 리어카에 매달린채 그냥 방치되어 있어서 무슨물로 만들어 졌는지
얼마나 먼지를 뒤집어 썼는지 알 길이 전혀 없다.
그냥 아~~~ 암~~~~ ㅋ ㅑ~~~~ 하는 시원함만 즐기면 된다.






<인도산 빙수. 이사진을 뒤에서 보시던 아빠가 어! 저건 어릴때 우리가 먹던 빙순데!라신다.>






<젠틀한 이발사. 역시 직업이 이발사라 그런지 헤어가 다른 인도인처럼 지저분하거나 기름으로 떡져있지 않고 상당히 젠틀했다.
나를보고는 내 머리 깍아 주겠다고 했으나.. 쓰고 있던 모자를 벗고 거의 삭발 수준의 머리를 보여주니 웃으며 미안하단다.>




<카메라를 들자마자 기겁하며 도망가는 아이들.>


<하지만 곧있으면 찍어달라고 모여든다.>















디우 마지막 밤이라고 새우,가재,고동,넙치처럼 생긴 물고기, 노가리처럼생긴 물고기, 감자, 옥수수등등
정말 구워먹을수 있겠다 싶은건 다 구워먹었다. 작은 모닥불에 온갖 것들을 다 익혀가니
하늘도 점점 붉게 익어가고, 내마음도 익어가고..
같이 익어갈 마음만 있으면 더 바랄게 없을텐데..


<한쪽은 모닥불에 불을 붙이고.>


<한쪽에선 랩으로 싸는 작업이 한창.>




<하나,둘 그 맛있는 자태를 드러내는 새우들.>


<저 오동통한 새우살. 참고로 새우 30마리정도에 우리돈 3000~4000원 정도면 살 수 있다. 킹 크랩은 한마리에 4~5000원 정도>



디우레스토랑들에서는 킹프라운이나 킹크랩을 팔지 않는다.
잡기는 잡으면서. 식당 갈때마다 얘네들은 재료가 있어도 요리할 줄 모른다고 우리끼리 수근거렸는데.
그래서 준비했다. 매일가던 레스토랑이 외국인들을 확 끌어 올 수 있는 신메뉴.
이름하여 킹 프로운 VEG.SIZZLER.
VEG.SIZZLER.야 원래 있는 메뉴지만 거기에 첨부될 새우들은 해변에서 열심히 열심히 구워왔다.
웨이터가 보고는 놀래 자빠지려 한다. 어디서 구워왔냐고.
비치에서 모닥불 피워놓고 구웠다고 하니 자기들끼리 막 수군거린다. 대화내용 안들어도 뻔하다.
하지만 이에 굴할 우리가 아니지. 셋팅 다 해놓고VEG.SIZZLER.가 나오자마자 작업에 착수.
순식간에 신메뉴 개발을 완료해내었다.
웨이터에게 이거 만들어서 팔면 모든 외국인들이 다 와서 사먹을거라고 하니깐 노력해 보겠단다.
으하하 역시 한국인의 위력이란.
(물론.. 우리들은 그 웨이터들 사이에서 두고두고 회자될테고 뒤에 다른 한국인이 가도
저 코리안들은 이번에 무슨짓을 할까? 하며 수군거리겠지만 이 모든건
입맛을 잃은 굶주린 여행자들을 위한 우리의 배려다 이말씀.)


<아까 열심히 구운 새우들. 데코레이션으로 바닷가재도 함께 참석.>


<등장한 VEG.SIZZLER.>


<작업에 착수. 저 현란한 포크 움직임들.>


<구워온 새우를 넣고 열심히 작업중.>




<완성. 킹 프로운 VEG.SIZZLER.>


<이 맛은 먹어본 자만이 안다.>

인도 여자들이 아시아 권에서는 가장 예쁘다고 말을 많이 들었다.
처음에는 동의할수 없었다. 내눈에는 한국여자들이 훨씬 예쁜데.
하지만 지금은 생각이 완전 바뀌었다. 큰키에 긴다리, 큰눈을 가지고 사리를 입고 걸어가다
나를 보면 반은 신기한듯 반은 부끄러운 듯 씽긋 웃는다.
일단 여기에서 반은 먹고 들어간다.
거리가 좀 가까워지면 좀 과감한 쪽은 나마스테라며 먼저 말을 걸어온다.
내가 나마스테라고 답하면 좋다고 사리를 하늘거리며 막 도망간다.
좀 소심한쪽은 내가 먼저 나마스테라고 하는데 이경우엔 부끄러워하며 역시 사리를 하늘거리며 막 도망간다.
어째됐건 두 경우다 그렇게 조금 뛰어가다가 다시 나를 뒤돌아 보는데.
아. 그때 그 큰눈에 가득담긴 수줍은 미소란...
세상을 통째로 돌아보게 한다.
(덤으로 만약 뒤에 햇살이 약간 비쳐와서 따뜻함이 감돌고 바람이 사리를 살짝 흩날려주면
보고있던 나는 그냥 그자리에서 덜컥 멈추어져버린다.
이건 누가 그 자리에 있었어도 마찬가지일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