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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ory/뜨거운안녕

뜨거운 안녕 - 12/15

인도여행의 종착지 바라나시에 도착했다.
역사보다, 전통보다, 전설보다 오래된 도시라는 말에 걸맞게 미로같은 골목길과
넘쳐나는 소들, 온갖 쓰레기가 나를 맞이해 주었다.
인도에서 이 도시의 역사를 알고 싶으면 소를 보면 된다.
피둥피둥 살찐소가 많을수록 오래된 것. 바라나시 소들은 그 좁은 골목길을 가득 채우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소들의 물결을 헤쳐 도착한 가트. 치열한 인도인들의 일상은 여기에선 없다.
평화로운 분위기 속에서 한쪽에선 시체를 태우고 그 옆에선 빨래를 하고 목욕을 하고 있었다.
그 모든것이 당연하다는 듯 어울리는 강가강 가트를 거닐다보니 머리가 조금씩 아파왔다.
난 아직 이 모두를 이해하기는 힘든 이방인 이라는 듯.


<인도 기차역.>


<바라나시 가는 기차 안.>


<바라나시. 가트.>













화장터 앞을 지나갔다.
수많은 사람들이 모여앉아 화장을 지켜보고 있었는데 그들 모두의 얼굴은 밝았다.
시체타는 불길을 재미있다는 듯 지켜보고 있었다.
싸움구경과 불구경이 제일 재미있지 않나? 그렇게 말하는 듯 했다.
누군가가 나무를 계속 이고 와서 불을 지폈고, 노란 보자기에 덮힌 시체위에 강가강물이 곳곳에 뿌려졌다.
주위에 꽃을 띄우고 뿌자가 끝나고 운구가 불쪽으로 들려왔다.
몸을 돌려 앞으로 가는데 가트 오른편 건물속에서 흐느끼는 소리들이 들려왔다.
그 소리는 사람이 우는 소리라기보단 건물이 우는 소리 같았다.
낮지만, 끊임없이. 보이지는 않지만, 떨림으로 느껴지는.
웅웅거리는 흐느낌은 평화로운 가트와 맞물려 비현실적인 느낌을 만들어 내었다.
지끈거리는 두통과 함께.


<뿌자.>




<종을 치는 아이.>

밤에 게스트 하우수 옥상에 올라가서 강가강을 바라보았다.
온갖 오물이 떠나니던 강은 어둠에 쌓여 보이지 않았고 대신 건너편 모래 사장만이
희미한 빛을 내어 선을 만들고 있었다.
칠흙같이 가로막고 있는 강을 지난 저 건너편은 이곳과는 다른 세계 같았다.
저 빛을 한발짝만 디뎌 넘어가면 이곳이 아닌. 그런곳이 있을거라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