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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ory/뜨거운안녕

뜨거운 안녕 - 12/10

오르차는 우연한 만남이 많다.
어제 기차에서 만난 독일 여행자도 또 만났었는데
(이마에 뭔가 찍고 손에 찍고 완전 신나 있었다. 카주라호 가는 버스가 없어서 어쩔수 없이
하루 묶으러 왔는데 완전 조용하고 볼거리도 많아서 마음에 든다고 했다.)
아침먹다가 나라도 또 만났다. 역시 카주라호 가기전에 하루 들르러왔단다.
숨어 있다란 뜻의 오르차. 잠시 쉬러들어와서 다들 만나게 되다니 전혀 숨어 있을 곳은 아닌 것 같다.











오르차의 유적지들은 길 찾는 재미가 있다.
여기저기 꼬불꼬불하고 부서진길들과 어두컴컴한 계단을 지나 올라가면 갑자기 확트인 풍경을 만가게 된다.
잠시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쉬다가 또 구불구불한 탐험을 반복하다보면 어느새 꼭대기.
관람순서도 재미도 모두 내가 만들어내기 나름.
정해진길 없이 떠나는 여행과 너무 잘 어울리는 곳이다.
나... 마음에 든다고 너무 끼워 맞춰댄다.

















유적지들을 구경하는데 한쪽에서 10명이 넘는 아이들이 밥을 먹고 있었다.
슬금슬금 다가갔더니 아이들에게 밥을 주던 아저씨가 오란다.
가까이 가니 짜피티?라고 한다.
오케이 라고 하니 짜파티 2장에 커리, 밥, 그리고, 달달한 과자 몇개를 준다.
사실 인도 로컬음식을 먹는다는게 쉬운게 아니다.
맛을 떠나서 인도음식먹고 탈나는 경우가 많기 때문.
하지만 정성들여 주는 음식 안 먹을수도 없고 더군다나 나는 슈퍼 위장이 아닌가.
웃으면서 손으로 맛있게 다 먹었다. 외국인이 자기들 밥 맛있게 먹으니 신기한지 아이들도 다 쳐다보면서 막 웃는다.
아저씨도 기분이 좋은지 more?more?를 연발하여 연신 짜파티를 더 얹어 주신다.
내가 식당에서 짜파티며 난을 많이 먹어봤지만 이 짜파티처럼 고소한 맛이 도는 적은 한번도 없었다.
밥까지 싹싹 다 먹고 나서 힌디어로 만나서 반갑습니다라고 인사하니 웃으며 THANK YOU란다.
이 아이들 모두 당신 가족이냐니 그건 아니고 GUEST란다.
정확히는 모르겠지만 일종의 보육시설 같은 건가보다.
사진 몇장 찍으며 아이들과 잠깐 놀다가 일어섰다.
고소한 맛의 인도식사. 그 어느 식당에서 먹은 밥보다 더 맛있었다.
염치 불구하고 내일 또 와볼까? 하는 생각이 들만큼.






<밥을 다 주고 나서 돈도 주는 아저씨. 도대체 이 시설의 정체는 무엇일까?>












<사진 찍고나서 보여줬더니 별로라고 내 카메라를 던져 버리- _- 려고 하신 아가씨분들.>



디우 다음으로 완전 마음에 든다.
폐허가 된 온갖 성들과 신전을 옆에두고 농사짓는 시골마을이라니.










<저 난간도 없는 좁은 계단을 3번 올라 힘들게 꼭대기에 도착했더니 사방이 막혀있는 방하나가 끝이었다.>








<나라가 끓여준 라면. 혼자 아침 먹고있는데 옆자리에 한국 사람 4명이 앉길래 말이나 걸어볼까 하다가
귀찮아서 그냥 있었는데 이사람들이 가방에서 라면을 하나씩 촤자작! 꺼내더니 후룩후룩 먹기 시작했다.
지금와서 속보이게 말을 걸수도 없고. 어찌나 먹고 싶었는지 속으로 삭히기만 했었는데
나라가 그 이야기를 듣더니 라면 가지고 있다고 끓여 주겠단다. 정말정말정말 맛있었다.>